TL;DR
- 점심 겸 저녁으로 삼겹살을 배불리 구워 먹었다. 쌈 채소와 쌈장을 듬뿍 곁들이고, 밥도 반 공기 먹었다.
- 놀랍게도 혈당은 144~146을 유지하며 평온했다.
- 밥과 쌈장(당분)이 들어갔음에도 고기(지방/단백질)와 채소(식이섬유)가 흡수 속도를 늦춰 완벽한 방어막 역할을 해냈다.
연속혈당측정(CGM) 10일차. 그동안 쌀국수나 식빵 같은 탄수화물에 내 혈당이 속절없이 뚫리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오늘은 내가 평소 가장 즐겨 먹는 메뉴 중 하나인 삼겹살을 검증해 볼 차례다.
오후 5시: 삼겹살, 쌈장, 그리고 밥 반 공기
점심 겸 저녁으로 삼겹살을 구웠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고기 기름에 김치나 콩나물을 굽는 건 당연한 이치. 쌈 채소에 고기를 얹고 쌈장까지 듬뿍 찍었다.
솔직히 어제 닭갈비 볶음밥의 배신을 겪고 나니 탄수화물이 조금 무섭긴 했다. 하지만 삼겹살을 눈앞에 두고 밥을 아예 참는 건 불가능했다. 타협안으로 딱 ‘밥 반 공기’만 곁들여서 고기와 함께 든든하게 식사를 마쳤다.
달착지근한 쌈장에도 은근히 당류와 탄수화물이 많다. 밥 반 공기에 쌈장까지 들어갔으니, 혈당 그래프가 어떻게 튈지 꽤나 긴장됐다.
146의 기적, 지방과 식이섬유의 힘
식사를 마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혈당 그래프를 확인했다.
밥 반 공기와 쌈장까지 먹었지만 144~146을 유지하며 스파이크 없이 지나간 혈당 그래프.
결과는 놀라웠다. 144에서 146 사이를 얌전하게 유지했다. 약간의 상승은 있었지만, 식빵이나 쌀국수를 먹었을 때처럼 수직으로 솟구치는 미친 스파이크는 전혀 없었다.
밥 반 공기에 쌈장까지 먹었는데 왜 안 올랐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삼겹살(지방과 단백질)과 쌈 채소(식이섬유)가 흡수 속도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이다.
지방은 위장 배출 속도를 늦춰주고 단백질은 천천히 소화된다. 게다가 고기를 쌈 채소에 싸서 듬뿍 먹어줬으니, 탄수화물(밥)과 당(쌈장)이 몸속에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걸 막아준 거다. 닭갈비 때 느꼈던 채·단·탄(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서의 위력이 이번에도 발휘된 셈이다.
만약 고기나 쌈 채소 없이, 맨밥에 쌈장만 비벼 먹었다면 어땠을까? 장담하건대 146이 아니라 190을 가볍게 뚫고 올라갔을 거다.
무작정 굶는 게 답이 아니다
10일 동안 내 몸을 상대로 실험을 해보니 확신이 든다. 혈당 관리의 핵심은 ‘무엇을 안 먹느냐’만큼이나 ‘무엇과 함께 먹느냐’가 중요하다.
밥을 아예 굶지 않더라도, 고기와 채소를 충분히 곁들이면 혈당 스파이크를 훌륭하게 방어할 수 있다. 쌈장 좀 찍어 먹는다고 무너지지 않는다.
앞으로 고깃집에 가면 밥을 아예 참으며 스트레스받기보단, 고기와 쌈 채소로 배를 든든히 채운 뒤 밥은 딱 반 공기만 맛있게 먹어야겠다. 내 몸으로 직접 검증한 가장 현실적이고 행복한 식단이다.
[!TIP] 삼겹살 같은 고지방 식사는 탄수화물의 흡수를 늦춰 혈당 스파이크를 막아주지만, 식사 후 오랜 시간 동안 혈당이 천천히 오르거나 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칼로리가 높으므로 자주 섭취하는 것은 체중 관리에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