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 연속혈당측정(CGM) 부착 9일차. 총 사용 가능 기간이 10.5일이니 이제 하루 정도 남았다. 생각보다 아프지도, 불편하지도 않았다.
- 점심으로 철판 닭갈비를 먹었다. 철판 닭갈비는 결국 닭고기(단백질)와 양배추(채소)가 주재료라서 그런지, 혈당이 천천히, 생각보다 높지 않게 올랐다.
- 양배추와 닭고기를 먼저 먹고, 볶음밥은 나중에 먹었더니 혈당이 떨어지다가 볶음밥 이후에 다시 올랐다. 아마 볶음밥 때문인 것 같다.
벌써 연속혈당측정(CGM)을 몸에 단 지 9일째다. 총 사용 가능 기간이 10.5일이니, 이제 남은 건 하루 남짓.
처음 바늘을 꽂을 때는 솔직히 쫄았다. 막상 달아보니 생각보다 전혀 아프지 않았다. 샤워할 때도 안 떨어지고, 일상생활에서 이물감도 거의 없다. 유일하게 신경 쓰였던 건 잠잘 때 뒤척이다가 센서가 눌리지 않게 자세를 조심하는 것 정도. 9일 동안 달고 다니면서 느낀 건, 이 조그만 기계가 내 식습관에 대해 그 어떤 정보보다 정확하게 알려줬다는 거다.
오후 12시 10분: 철판 닭갈비
오늘 점심은 평소 즐겨 먹는 철판 닭갈비였다.
뜨끈한 철판 위에 양배추, 두툼한 닭다리살, 그리고 매콤한 양념.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그동안 쌀국수나 바나나 같은 탄수화물에 혈당이 처참하게 뚫렸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꽤 오르지 않을까 긴장했다.
닭갈비가 나오자마자 익은 양배추부터 집어 먹었다. 그다음 두툼한 닭다리살. 밥은 아직 안 시켰다. 배가 어느 정도 찬 뒤에 볶음밥을 주문할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완만하게 올랐다
식후에 그래프를 확인했는데, 좀 놀랐다.
혈당이 급격히 솟구치지 않고 완만하게 올랐다.
당연히 확 치솟을 줄 알았는데 그래프는 의외로 순한 곡선을 그렸다. 생각보다 훨씬 덜 올랐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납득이 간다. 철판 닭갈비는 결국 양배추(식이섬유)와 닭고기(단백질)가 주재료다. 탄수화물 비중이 적으니 혈당이 천천히 오르는 게 당연한 거였다. 거기에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어서 위장에 벽이 깔린 상태였으니, 흡수 속도가 더 느려진 것 같다.
이게 바로 ‘채·단·탄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 식사 순서의 효과인 건가. 내 몸으로 직접 확인한 셈이다.
떨어지다가 다시 올라왔다 — 아마 볶음밥 때문일 것 같다
닭갈비를 다 먹고 나서 볶음밥을 시켰다. 철판 닭갈비의 하이라이트 아닌가. 고기를 먹고 나면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는 게 국룰이다.
배가 어느 정도 차 있어서 볶음밥은 몇 숟갈만 떠먹었다. 그런데 잠시 후 그래프를 보니, 완만하게 오르다가 떨어지기 시작하던 혈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올라가고 있었다.
떨어지던 혈당이 볶음밥 이후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정확히 볶음밥을 먹은 타이밍과 겹친다. 아마 볶음밥 때문인 것 같다. 채소와 단백질이 방어막을 쳐줬기 때문인지 예전처럼 수직으로 솟구치는 스파이크는 아니었지만, 탄수화물이 들어가자 결국 혈당은 정직하게 우상향을 그렸다.
결국 탄수화물이다
오늘 확실히 느낀 게 있다.
혈당을 올리는 건 결국 밥, 면, 빵 같은 탄수화물이다. 철판 닭갈비처럼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음식은 혈당이 천천히, 생각보다 높지 않게 올랐다. 하지만 볶음밥이 들어간 뒤부터 떨어지던 그래프가 다시 올라갔다.
그리고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어두면, 나중에 들어오는 탄수화물의 흡수 속도를 확실히 늦춰주는 것 같다. 덕분에 예전 같은 미친 스파이크는 면할 수 있었다.
앞으로 고깃집에서는 무조건 채소 먼저, 고기 다음, 밥은 맨 마지막에 — 이 순서를 지켜야겠다. 아니, 솔직히 볶음밥을 안 먹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건 좀 힘들 것 같다.
[!TIP] 식사 순서(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의 중요성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먹는 양만큼이나 먹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먼저 섭취하면 위장 배출 속도가 느려져, 이후에 들어오는 탄수화물의 급격한 흡수를 막아줍니다. 고기를 먹고 나서 볶음밥을 나중에 시키는 우리의 식습관이 의외로 혈당 관리에는 과학적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