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 건강한 점심을 위해 삶은 달걀 3개와 두유 한 팩을 먹었다. 당연히 혈당이 거의 안 오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높은 156까지 올랐다.
- 식후 1시간 뒤, 평소 즐겨 마시던 바닐라 라떼가 혈당을 얼마나 올리는지 궁금해서 테스트 삼아 마셔봤다. 혈당이 179를 찍으며 점심보다 더 높이 솟구쳤다.
- 액상과당은 소화 과정 없이 혈관에 바로 꽂힌다. 달걀 3개로 지켜낸 소박한 점심의 노력은 달콤한 커피 한 잔에 허무하게 날아갔다.
연속혈당측정(CGM) 7일차. 어제 과일과 수영의 롤러코스터를 겪고 난 뒤, 오늘은 평소 자주 먹는 간단한 식단으로 돌아왔다.
점심 메뉴는 늘 먹던 삶은 달걀 3개와 두유였다.
오전 11시 50분: 달걀 3개의 배신 (최고 혈당 156)
노른자의 퍽퍽함이 목을 턱턱 막아올 때마다 두유로 간신히 넘겼다. ‘이 정도로 단백질 덩어리만 먹었으니 혈당은 거의 안 오르겠지?’ 하며 내심 평탄한 그래프를 기대했다.
결과는 식전 119에서 최고 156까지 상승.
단백질 위주의 식사였음에도 75분 후 혈당이 37이나 올랐다.
예상외의 수치였다. 탄수화물이 적은 식단이라 130 언저리에서 방어할 줄 알았는데 156이라니. 두유에 들어있던 약간의 당분 때문일까, 아니면 단백질도 결국 대사 과정을 거치며 혈당을 어느 정도 올리기 때문일까?
어쨌든 퍽퍽함을 견딘 것치고는 다소 억울한 성적표였다. 하지만 진짜 비극은 점심이 아니었다.
오후 1시 32분: 호기심이 부른 참사 (최고 혈당 179)
점심이 부실했던 탓일까. 오후가 되자 당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침 전부터 궁금했던 게 하나 있었다. “내가 평소 달고 사는 이 바닐라 라떼, 과연 혈당을 얼마나 올릴까?”
‘점심에 탄수화물을 거의 안 먹었으니 지금이 딱 실험해 볼 타이밍이다’라고 합리화하며 라떼 한 잔을 사 왔다.
커피를 쭉 들이켰다. 달콤함이 뇌를 깨우는 사이, 내 췌장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바닐라 라떼 섭취 후 55분 만에 혈당이 41 상승하여 179를 찍었다.
식전 138에서 최고 179까지 치솟았다. 밥 대신 먹은 달걀 3개보다, 간식으로 마신 커피 한 잔이 혈당을 훨씬 빠르고 높게 끌어올린 것이다. 그래프가 솟구치는 속도가 어찌나 가파른지, 마치 내 팔뚝에 바닐라 시럽 링거를 직결로 꽂아 넣은 것 같았다.
액상과당, 씹지 않는 자의 최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음식은 위장과 장에서 쪼개지고 소화되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라떼에 듬뿍 들어간 바닐라 시럽(액상과당)은 그딴 거 없다. 위장을 하이패스로 통과해서 곧장 혈액 속으로 다이빙한다. 흡수 속도 면에서 고체 음식은 액상과당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평소처럼 삶은 달걀 도시락으로 지켜낸 내 소박한 건강 관리 노력은, 오후의 달콤한 바닐라 라떼 한 잔에 허무하게 덮여버렸다.
“아, 이럴 거면 그냥 점심에 맛있는 제육볶음을 먹을걸.”
혈당 179를 가리키는 액정을 보며 내가 한 유일한 후회다.
[!TIP] 음료 형태의 액상과당(시럽, 탄산음료 등)은 소화 과정 없이 즉각적으로 흡수되어 혈당을 폭발적으로 올립니다. 다이어트나 혈당 관리를 위해 식사를 제한했더라도, 식후 달달한 음료 한 잔이면 그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됩니다. 커피는 아메리카노나 시럽 없는 라떼로 타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