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 Dexcom G7 연속혈당측정기를 처음 달았다. 이유? 그냥 궁금해서.
- 아침에 죽 한 그릇 먹었는데 혈당이 202까지 올라갔다.
- 달아보길 잘했다. 안 달았으면 평생 몰랐을 숫자다.
건강검진 받으러 갔다가 연속혈당측정기란 걸 달아봤다.
당뇨가 있어서는 아니다. 그냥 궁금했다. 나는 매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가끔 야식도 한다. 그때마다 내 혈당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숫자로 직접 보고 싶었다.
기기는 Dexcom G7. 팔뚝 뒤쪽에 동전만 한 센서를 붙이면,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혈당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쏴준다. 앱은 카카오헬스케어에서 만든 파스타(PASTA). 여기서 그래프로 내 혈당 변화를 쭉 볼 수 있다.
“세상 제일 큰 행복은 눈앞의 행복이었다.” —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평화로웠다.
센서 부착,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
처음이라 좀 긴장했다. 바늘이 들어간다는데 안 아플 리가 있나?
근데 진짜 안 아팠다. “찰칵” 하고 붙이면 끝이다. 살짝 누르는 느낌? 그 정도. 붙이고 나서 몇 시간 지나니까 달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앱에서 알림이 와야 “아 맞다, 나 지금 혈당 재는 중이지” 싶은 정도.
센서 수명은 10일. 이 작은 기기가 5분마다 쉬지 않고 혈당을 기록한다. 한 번 달면 10일 동안 손가락 찌를 일이 없다는 거다.
[!NOTE] 연속혈당측정기(CGM)는 피부 아래 얇은 센서를 넣어서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는 기기다. 쉽게 말하면, 손가락 채혈 없이 실시간으로 혈당 변화를 볼 수 있는 기계. Dexcom G7 센서 1개 가격은 약 10만 원이고, 10일간 사용할 수 있다.
첫 아침, 죽 한 그릇
센서를 달고 맞이한 첫 아침. 아침밥으로는 건진센터에서 제공한 식사쿠폰으로 죽을 먹었다.
건강한 아침이 될 줄 알았다.
죽이면 괜찮겠지 싶었다. 기름진 것도 아니고, 자극적인 것도 아니고. 아픈 사람도 먹는 게 죽인데, 이걸로 혈당이 막 오르겠어?
가볍게 한 그릇 비웠다. 뭐 별 생각 없이.
잠시 후 앱을 열었다.
그래프가 올라가고 있었다. 꽤 가파르게.
171. 그리고 아직 올라가는 중이었다.
9시 26분, 혈당 171. 숫자 옆에 위를 가리키는 화살표. “아직 올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잠깐, 죽 먹었는데?
15분 후 다시 봤다.
202. 나 큰일 난 거 아닌가.
일반적으로 식후 혈당 정상 범위가 140 이하라고 한다. 200 넘으면 주의가 필요한 수준이고. 그런데 나는 지금 죽 한 그릇에 202를 찍은 거다.
솔직히 당황했다. 첫 번째 든 생각이 “큰일 났다"였다. 두 번째 든 생각은 “그러면 나 평소에 밥 먹을 때마다 이랬던 건가?“였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던 건가 싶었다.
그런데 한 박자 지나고 나니, 오히려 이걸 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측정 안 했으면 모르는 숫자였다. 모르는 게 더 무섭다.
[!TIP] 혈당 그래프에서 파란 영역(약 70~140mg/dL)이 정상 범위다. 식후 혈당은 140 이하가 권장되고, 200을 넘기면 주의가 필요한 수준. 다만 연속혈당측정(CGM)은 간질액 기준이라 실제 혈당과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
10일간 매일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뭘 먹었을 때 올라가는지, 운동하면 내려가는지, 수면은 영향을 주는지.
오늘은 1일차. 죽 한 그릇에 202를 찍은 날.
내일은 물만 마셔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