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R
- 지난 3월 미국발 일시불 구매 제한 소식에 이어, 이번 v14 Lite 출시 예고를 보고 국내도 막힐까 봐 서둘러 결제했다.
- 최근 어닝콜에서 HW3의 하드웨어 한계(메모리 대역폭)로 무인 자율주행은 불가능하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다.
- 하지만 2026년 6월 ‘감독형 FSD(v14 Lite)‘가 지원된다는 소식에 마음을 굳혔다.
2022년식 미국 프리몬트에서 생산된 테슬라 모델Y(HW3). 차를 출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EAP(향상된 오토파일럿)를 구매해서 잘 쓰고 있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썼듯, FSD 일시불 구매가 막힌다는 소식이 있었을 때 살까 말까 치열하게 고민했었다. 하지만 당시엔 미국만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일단 결제를 미뤘다. “국내는 아직 괜찮겠지.”
하지만 이번 어닝콜에서 ‘감독형 FSD v14 Lite’ 배포가 예고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조만간 국내도 일시불 구매가 막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서둘러 구매 버튼을 눌렀다.
2026년 1분기 어닝콜의 충격, 그리고 결심
결제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최근 일론 머스크의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Earnings Call) 내용 때문이었다.
“HW3는 무인 자율주행을 달성할 능력이 부족하다.”
머스크가 공식적으로 HW3의 한계를 인정했다. 가장 큰 병목(Chokepoint)은 **메모리 대역폭(Memory Bandwidth)**이었다. HW3는 최신 AI4(HW4) 하드웨어에 비해 메모리 대역폭이 1/8 수준이라, 고성능 AI 모델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데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아, 내 차는 이제 구형이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했다. 하지만 다음 내용이 나를 움직였다.
2026년 6월, HW3 차량을 위한 ‘FSD v14 Lite’ 배포 예정.
AI4 차량에 탑재되는 정식 v14 버전을 HW3의 낮은 사양에 맞춰 경량화한 버전이다. 완전 무인 자율주행은 안 되지만, ‘감독형 FSD(Supervised FSD)’ 기능은 지금보다 확실히 개선된다고 한다.
“어차피 무인이 안 된다면, 감독형이라도 온전히 누려보자.” 이 생각이 들자마자 앱을 켰다.
EAP에서 FSD로의 업그레이드
EAP에서 FSD로 넘어가는 결제창. 늘 고민만 하던 화면을 드디어 넘겼다.
결제 과정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했다. 이미 EAP가 적용된 상태였기 때문에, 차액만 결제하면 끝이었다. 테슬라 앱에서 터치 몇 번, 그리고 카드사 알림이 울렸다.
샀다. 결제했다. 손이 떨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덤덤했다. “어차피 카드값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ㅋㅋㅋ” 이유는 복잡했지만, 누르는 건 한순간이었다.
구독 대신 일시불을 고집한 비합리적 이유
사실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지금 시점에서 FSD 일시불 구매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HW3의 하드웨어 한계는 명확하게 드러났고, 완전 무인 자율주행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매월 결제하는 구독 요금제를 이용하는 게 비용 면에서 훨씬 저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큰돈을 주고 산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내 차의 기능을 온전히 소유하고 싶다’는 고집 때문이었다. 매달 돈을 내야만 유지되는 기능은 어딘가 빌려 쓰는 느낌이 든다. 당장 완벽하지 않더라도, 차를 타는 마지막 날까지 FSD가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온전히 내 것으로 경험하고 싶었다. 어쩌면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장난감으로 보는 성향이 만들어낸 비합리적인 소비일지도 모른다.
[!CAUTION] HW3 오너라면 FSD 구매 전 반드시 자신의 운전 스타일과 비용 효율을 돌아봐야 한다. 완전 무인 자율주행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으며, 가성비를 따진다면 구독형이 훨씬 유리하다. 철저히 ‘운전자를 보조하는 최고 수준의 기능(감독형)‘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접근해야 한다.
꽉 막힌 출퇴근길을 구원해 줄까?
솔직한 심정으로는 감독형 FSD이긴 하지만, 내 HW3 모델Y에서도 이 기능을 온전히 경험해보고 싶다. 아직 결제만 해두고 본격적으로 FSD를 사용해 보진 못했지만, 6월 말에 배포될 v14 Lite 버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특히 꽉 막힌 도로에서 무의미하게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정차해 있을 때의 그 피로감. 만약 감독형 FSD가 집에서 회사까지의 이 지루한 출퇴근 구간을 알아서 이동해 준다면 삶의 질이 얼마나 올라갈까?
물리적인 하드웨어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쳐도, 제한된 자원 안에서 소프트웨어 최적화로 얼마나 부드러운 주행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일단 내일 출근길부터 새로 열린 기능들에 적응하며 가볍게 테스트를 시작해 봐야겠다.